익살스런 미소나한의 가을나들이
천영배 나한전, 90점 전시
부산불교회관 보송갤러리 2013.09.12 16:58 입력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발행호수 : 1211 호 / 발행일 : 2013-09-11
정수리가 터질 듯 솟아올랐거나 아예 정수리 부분에 나선형 깔때기를 달고 있다. 익살스런 미소, 동그랗게 두 눈을 치켜뜨거나 꾸벅꾸벅 조는 표정, 동물들과 장난을 치기도하고 악기를 연주하는가 하면 경문을 새기기도 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들은 화산 천영배(67) 작가가 조성한 테라코타 나한상(羅漢像)이다. 지금까지 200점을 조성했고 앞으로 500나한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90점의 나한이 부산 시내로 가을 나들이를 왔다. 9월17일까지 부산시청 옆 부산불교회관 2층 보송찻집 내 보송갤러리(관장 김민성)에서 열리는 ‘천영배 전’이다.
천 작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고 중곡 천재동 선생의 아들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민속 문화 ‘동래야류’의 탈을 만드는 데 평생을 헌신해 온 부친으로부터 토우 및 탈 제작을 전수 받았다. 하지만 전시는 두 차례의 부자(父子)전과 부친의 별세 후 아버지를 추모하며 가졌던 한 차례의 테라코타 전시회가 전부다. 교사 출신이기에 상업적 성향의 전시는 더욱 마다했단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특히 그가 소개하는 작품은 나한이다. 많은 주제 가운데서도 왜 나한을 선택한 것일까?
“2년 전 불심이 돈독한 미술계 지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교의 성인을 지칭하는 나한을 제가 과연 만들 수 있을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관련 서적을 접하면서 한 마음 한 손길 가다듬고 다지며 수도하는 자세로 조성하겠다는 원력이 생기더군요. 지금은 오직 나한상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나한 한 점을 빚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린단다. 한 가마에서 완성할 수 있는 분량은 60점이며 1년에 두 차례 정도 불을 뗀다고 볼 때 500나한 조성 기간은 적어도 3년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기간을 정해둔 것은 아니다. 그저 성인을 삶을 좇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500분 나한을 완성하고 싶다”며 환하게 미소 짓는 천 작가. 그의 눈빛과 손길이 어느덧 나한을 닮아가고 있음을 그는 짐작하고 있을까. 051)853-8001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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