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곡 천재동의 연극 6

동경(東京) 유락좌(遊樂座)

'동경(東京) 유락좌(遊樂座)'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료식을 마치고 이동극단(移動劇團)으로 발족하지 않았고, 모두가 뿔뿔이 헤어지고 말았다. 때 마침 오세덕(吳世德) 번역 백경정(白鯨亭)』이 부민관(府民舘)에서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날더러 도와 달라는 요청에 응하여 일했다. 극단 측에서는 전차비밖에 되지 않는 월급이지만 준(準)좌원(座員) 자격으로 같이 계속 일하자는 당부였지만, 학적이 있는 몸으로 동경(東京)에 되돌아가야 한다 했더니, 그리면 유치진(柳致眞)작『흑룡강(黑龍江)』공연에 일을 봐 주고 가라고 했다. 서대문 부근 동양극장(東洋劇場)에서 막을 올렸는데 세트가 무대에 잘 맞지 않아 애써 맞게끔 손질 한다고 바쁜 와중에 임석경관(臨席警官)까지 무대에 올라와 공연을 방해하며 행..

무대미술과 연출로

'좋아, 그대로 해!' 연구생은 A, B 두 반으로 나누었는데 나는 A반에 속했다. 동경일대(東京日大) 예술과 출신인 허집(許執)이 반장을 맡았다. 당시 연극에서는 사투리 사용은 절대 금했기 때문에 나는 배우 되기를 단념하고 무대미술과 연출에 힘을 기울였다. 연구생 중 평양 출신 하나, 충청도 하나, 경상도의 나, 이 세 사람 외에는 모두 경기도 출신이라 했다. 수료식을 앞두고 시연회(試演會)준비에 한참이었다. A반은 연제가『전설(傳說)』이였고, B반은 번역극(翻譯劇) 『암상(暗箱)』이었는데, 우리 A반은 주영섭(朱永燮) 선생의 연출로 연습을 하였다.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연습 중, 즉 어느 산골짝에 강물이 흐르는데, 가난한 소년 뱃사공이 산골 사람들을 건너 주는 대가로 곡식을 얻어 생활하던 중에, 어느 ..

연극계에 입문하다

'무대인은 고구마를' 어느 날 우연히 총독부(總督府) 주최 국민극 연구생(國民劇 硏究生) 모집이란 기사를 보았다. 나는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로 알고, 더블 양복 한 벌 맞춰 입고 일단 귀국하여 서울로 향했다. 관철동(貫徹洞) 조그마한 여관에 투숙하기로 하고 시험장인 휘문중학교(徽文中學校, 現:휘문고교)로 가보니 38명 선발인데 놀랍게도 무려 400명의 지원자가 응시한 것이 아닌가, 동경(東京)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큰맘 먹고 모처럼 서울까지 왔으니 시험이라도 치르는 것이 도리 같아서 시험에 응하기로 하였다. 연극인으로 선발된 사람은 연극 요인으로서 농어촌, 공장, 군대 등에 위문 공연하는 이동극단(移動劇團) 단원이 되는데 징용, 징병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준다는 것이다. 기중에는 순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