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과 연출로
'좋아, 그대로 해!' 연구생은 A, B 두 반으로 나누었는데 나는 A반에 속했다. 동경일대(東京日大) 예술과 출신인 허집(許執)이 반장을 맡았다. 당시 연극에서는 사투리 사용은 절대 금했기 때문에 나는 배우 되기를 단념하고 무대미술과 연출에 힘을 기울였다. 연구생 중 평양 출신 하나, 충청도 하나, 경상도의 나, 이 세 사람 외에는 모두 경기도 출신이라 했다. 수료식을 앞두고 시연회(試演會)준비에 한참이었다. A반은 연제가『전설(傳說)』이였고, B반은 번역극(翻譯劇) 『암상(暗箱)』이었는데, 우리 A반은 주영섭(朱永燮) 선생의 연출로 연습을 하였다.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연습 중, 즉 어느 산골짝에 강물이 흐르는데, 가난한 소년 뱃사공이 산골 사람들을 건너 주는 대가로 곡식을 얻어 생활하던 중에,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