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곡에 대한 글,기타

증곡이 어린 날의 설

무극인 2021. 8. 27. 03:59

1996년 <조광사보> 신년호

 

거침없던 내 어린 시절의 설날 연 날리기

날이 밝아 설날이 되면 열살 안팎되는 내 또래

동무들은 때를지어 연세 높으신 어르신댁부터 차례로

"세배돌기"를 했다. 솜을 넣어 지은 핫바지에 두루마기를

걸치고서 새로 산 반고무신을 신고 나설때면, 새뱃돈을 

챙겨둘 심산으로 허리띠에 주머니를 하나씩 찻다.

설에 할 수 있는 놀이가 바로 연 날리기였다.

구불연(방패연)을 만들어 놓고 사구(사기) 먹인 당사실을

자세(얼레)에 잘 감아 두었다가 밖에 나가 날리기만 하면 

되었다. 연은 하늘 높이 치솟다가 탱금을 받으면 땅을 향해

거꾸로 내리 꽂히기도 하고 오른쪽, 왼쪽으로 후리치기

하다가 개똥 먹기도 했다.

벌써 칠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 가뭇한 

옛날 일이 되어버렸지만, 태극을 하얀 이마에 붙이고 

재주하던 그날의 내 어린 연은 열 살바기 내 기억의 

벌판에서 아직도 하늘을 마당 삼아 뛰어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