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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 가리는 어울림문화센터 공사 즉각 중단돼야”
▲ 울산 동구 화정동 화정공원 내 조성된 서진문 선생의 묘소. 지난 4일 묘소 바로 앞으로 어울림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동구, 설계변경 없이 강행방침에
묘소주변 경관·조망권 훼손 이유
서진문 선생 후손 1인 시위 나서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방법 강구”
울산 동구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서진문 선생의 묘소가 조성된 화정공원 인근에 어울림문화센터 건립을 두고 지자체와 서진문 선생 후손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동구가 후손 측이 요구한 신축건물 설계변경 없이 기존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내비치자 후손 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동구 화정동 화정공원. 공원 주변으로 길게 외벽이 둘러져 있었고, 육중한 중장비 소음과 함께 뿌연 먼지가 올라오는 등 어울림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너머로 서진문 선생의 묘소가 조성돼 있지만 기존의 길이 막힌 데다 별도의 안내판도 없는 상황. 취재진은 처음에 길을 찾지 못해 10분 가까이 공사장 주변을 빙 돌아서 묘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어렵사리 도착한 묘소는 멀리 빌딩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바다가 보일 정도로 고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문제는 묘소 코앞에 어울림문화센터가 지어지는 데다, 그 높이도 묘소보다 더 높다는 것.
어울림문화센터는 화정공원 일원에 58억7,8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상 4층 규모로 조성하는데 사업설계에 따르면 건물 높이만 20.7m다. 이는 바로 뒤 서진문 선생의 묘소보다 8m 가량 높은 위치로 바다 조망의 동편을 완전히 가리게 된다.
이에 서진문 선생 후손 측은 지난 2월께 호소문을 내고 묘소 주변 자연경관과 조망권 훼손을 막기 위해 설계변경과 함께 화정공원의 정체성을 담아 ‘서진문공원’으로 성역화 해줄 것을 동구에 요청했다.
하지만 동구는 “설계변경을 하려면 사업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하는데, 이미 지난해 12월 공사를 착공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이며, 실제로 수차례 주민설명회·공청회서도 대다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이에 동구는 후손 측에 화정공원을 ‘서진문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한편 따로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조망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동구가 설계변경 없이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서진문 선생의 외손자 천영배(75)씨가 지난 4일부터 구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천씨는 “당사자인 유족 측과 사전에 어떠한 협의도 없는 일방행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지금도 전시공간 하나 만들어주고 사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자연경관, 조망권 보장 없는 공사는 중단, 아니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족 측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질 때가 매일 1인 피켓시위를 전개할 방침”이라며 “동구가 이를 받아들지 않는다면 가처분 신청 등 다른 방법을 찾아내서라도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 서진문 선생의 외손자 천영배(75)씨가 지난 4일 동구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한편 서진문 선생은 1924년 동구 보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항일정신을 알렸다. 서 선생은 유학했던 일본으로 1926년 다시 건너가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가 1928년 체포됐으며 고문을 받다가 석방됐으나 그다음 날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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