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 해안의 중심이며 멋과 낭만의 도시인 목포시가 개항 80주년을 맞이하여
축제 행사를 거시적으로 펼치는데 부산 영도에 있는 ‘삼양제망공장’의 본사가 목포에 있는 관계로
이 축제행사에 가장행렬 종목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나를 초빙하여 모든 책임 하에 지도해 달라는 것이다.
말로만 들었던 목포항, 유달산, 삼학도 등 명소를 처음 방문하는 나에게는 기대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을 정도로 추억거리가 되었다.
목포에 도착과 동시에 먼저 가장행렬의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구상하여 일체의 장비를 제작하였다.
출연진을 가르치는 가운데 남녀 공원들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단 한 번의 지도에 해내는 데는 과연 호남 예술의 참 모습이었다.
남녀 그물 짜는 어린 직공들까지도 몸에 밴 예술적 감각으로 생활화되어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구상한 가장행렬은 커다란 어선 돛에 목포시의 상징 나무인 비파나무를 수놓고,
그물을 높이 달아 그 그물에 물고기 모형을 만들어 줄줄이 붙이고,
형형색색의 풍어 깃발을 장대에 메달아 높이 올려 휘날리게 하였으며,
신선(神仙) 모습을 한 백발노인이 춤을 추며 선창(先唱)하면 어부들이 후창(後唱)으로 노를 저어 가는 것이다.
이 선두(先頭) 고깃배의 주변에는 같은 장식을 한 작은 고깃배들이 열을 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행진하는 것인데 내가 볼 때 그 광경이 힘차고 풍요롭게 보여서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목포개항80주년기념』가장행렬경연 대회에서 삼양제망공장 가장행렬대가
최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상(大賞)을 수상하고 회사 사장은 시민상 까지 수상하여, 그날은 삼양제망회사의 축복 날이 되기도 하였다.
목포에 체류하는 동안에 회사 측으로부터의 극진한 예우에 감사하며 회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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