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釜山市) 서구(西區) 에 여성회관(女性會館)이 세워졌다. 개관 기념식 초대를 받아 강당에 들어가니 저쪽 뒷자리에 외로이 홀로 앉아 있는 금당(錦堂)선생을 발견하고 “선생님 왜 여기 계십니까?”하고 인사 겸(兼)한 뒤 모시고 앞자리에 가서 앉았다. 잠시 후 여직원이 오더니 여기는 지정석이니 뒤 다른 자리로 옮겨 달라는 것이다. 중간쯤에 좌석을 잡아 어떤 사람들의 자리일까? 하고 지켜보았더니, 잠시 후 들어와 지정석에 앉는 사람은 뜻 밖에도 여성 인사가 아닌 시의원들이었다. 지정석은 좌석이 반 이상 비었는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젊은 아가씨들이 다투어 빈자리를 메우고 만 것이다. 행사 진행에 따라 소강당으로 옮겨갔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양으로 창밑에 비상용 의자가 놓여 있어서 사양하는 마음으로 지정석(指定席)을 피하여 비상용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도 여직원이 다가와서 여기는 의원님들의 좌석이니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것이다. 80대․90대 두 노인은 옳은 제자리 하나 차지 못하고 불안하기만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축하 파티 차례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시장과 시의회 의장과의 동석이 되었다. 먼저 경과보고에 이어서 축사를 하고 격려사 등 진행 과정에 여성이라고는 한사람도 단상에 올라오는 예가 없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여성 회관에 여성이 한 분도 보이지 않는 무슨 이유라도 있느냐?”고 다소 비꼬아서 말하고는 이어서 “여성을 위하여 세워진 회관이면서 시의원에다 여성 아닌 모두가 남성 판이네요!?”하였더니 시의회 의장의 인상이 찌그러지더니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거만하게 자리를 뜨는 뒷모습이 불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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