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회사’에서 선전 영화에 출연 요청이 온 것이다.
당시 나는 『부산 시립 민속 예술관 』관장 직에 재직 중이라 주저주저하다가 출연을 승낙하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예술관 무대에 세트가 설치되고 사방에서는 조명이 비치고 카메라가 여러 대 동원되더니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촬영 책임자라는 S씨는 촬영이 끝나자 아무런 대가도 없이 출연에 사용하였던 탈마저 챙긴 채로 도망치고 만 것이다.
영화관에 선전 광고가 방영되자
“천재동이 광고 영화에 나와 얼굴을 팔아먹었다, 불명예스런 처사다”등으로
미술협회 노장파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소장파에서는
“그게 무슨 비난의 대상이냐, 미국에서는 대통령도 선전 광고에 나오는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냐?
노장들이 시기하는 소리다” 등으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괜한 일을 벌였다고 생각되어 곧바로 대선주조회사에 찾아가서
미술협회 분위기를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방영을 중지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회사 측으로부터 중지하겠다는 확답도 받아 내었다.
얼마를 지냈을까
“아직도 상영하고 있더라!……”고
노장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 왔다.
몸소 확인할 수밖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서면에 있는 ‘동보극장’에 확인 차 들려,
방영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극장 내에서 과자를 판매하는 이동아줌마가 나를 발견하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얼른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였다.
선전물은 노장파들 말대로 방영되고 있었다.
이튿날 대선주조회사 현관에서 마침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격이 되어,
탈마저 가지고 도망친 S씨를 정면으로 만나고 말았다.
출연 비는 고사하고 “탈만은 내놓아라!” 하였더니
회사와의 해결책이 아직 남아 있으니 잠시 나갔다 돌아 올 때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던지고 황급히 사라졌다.
나는 회사 측에 재차 방영 중지 약속을 받아 내고는
돌아오지 않을 S씨를 막연히 기다리다가 궁금하여
회사 측에 물어보니 모든 회계 사무는 끝난 지가 오래되고
오늘 영수증 일로 왔다가 돌아갔다고 하였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내지 못하고 무거운 발길로 돌아왔다.
'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카테고리의 다른 글
77. 이상한 개관식 (0) | 2009.05.14 |
---|---|
76. 예술과 낭만의 고장 목포 (0) | 2009.05.14 |
74. 밀양 병신 굿 놀이 (0) | 2009.04.23 |
73. 광대 이동안(李東安)선생 (0) | 2009.04.23 |
72. 일봉(逸峰) 조성국과 함께 (0) | 2009.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