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전시장(展示場)
전시회를 개최할 때면 가장 걱정거리는 개막 시에 초대한 손님께 어떻게 대접하느냐 이다. 적은 경비로 좋은 먹을거리를 준비할 수 없을까? 집사람과 함께 궁리한 끝에 결과는, 먼저 전시작품이 민속적이라는 것, 대상이 개성이 남다른 예술인이라는 것 등으로 분위기를 집약하여 놓고 보니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집사람이 적의(適宜)한 독에다 물김치를 담그고, 해장(解腸)에 좋다는 시락국을 끓이고, 맛도 있고 씹기에도 좋은 비득비득하게 잘 말린 명태 한 상자. 고추장에 설탕을 버무려 함께 올려놓았다. 가장 중요한 막걸리를 단골 통술집에 부탁하여 세 말을 가져다가 술통위에 쪽바가지를 동동 띄어놓았다.
예상이 빗나가지는 않았다. 권하는 이 없어도 축객들이 손수 막걸리를 퍼 마시는가 하면 너나할 것 없이 다투어 맨손이나 준비된 칼로 명태를 자르고 ,비틀어 찢고 하는 등 야단이었다. 달콤한 고추장을 직접 또는 손가락으로 찍어서 고기에 발라 한입에 넣어 맛있게 씹어 먹는 그 모습들이 너무 고맙고 기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이렇게 전시회가 시작되면서 끝날 때까지는 물론 별난전시회(?)로 나의 주변에서 오랫동안 이야기 꺼리가 되었다.
'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8.『갈매기』와『능금』 (0) | 2011.11.06 |
---|---|
107. 생남주례(生男主禮) (0) | 2011.11.06 |
105.『송상현군사행렬도(宋象賢軍士行列圖)』 (0) | 2011.09.08 |
104. 동래야류 들늘음 길놀이 순렬도 (0) | 2011.09.08 |
103. 고향 방어진 풍경2 (0) | 201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