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을 거꾸로 세운 사연
82세 되던 해인 1997년 울산시와 방어진읍을 위시해서 근교 여러 지역을 편입해서 국내 일곱 번째의 울산광역시가 탄생했다. 승급(昇級)을 축하 하는 여러 가지 기념행사 중에 《울산사람전》이 『울산시립종합미술관』에서 개막되었는데, 석남(石南) 송석하(宋錫夏, 1904〜1948), 외솔 최현배(崔鉉培, 1894〜1970) 선생의 유물전과 함께 천재동(千在東)도 추대 받아 작품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송석하 선생은 민속학의 선구자로 어려웠던 일정 하에서도 한국의 얼을 낱낱이 사진과 채록으로 오늘에 남겨 준 학자요, 최현배 선생은 아시다시피 한글 학자로서 우리가 쓰고 읽고 말하는 모든 우리 글 문화를 발전시켜 준 분으로, 위 위인들과 함께 지금 살아 숨쉬고 있는 소인을 한 자리에 넣어 준 울산광역시 당국의 호의에 감사할 뿐이다. 그런데 개전과 함께 전시장 입구에 시장, 시의회 의장, 기타 울산 명사들의 축하 화환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초대한 현장에는 폐전 날 까지 그 사람들은 얼굴을 한 분도 내 보이지 않았다. 손님을 초대해 놓고 값비싸고 화려한 장식으로 얼굴을 대신하려는 주인의 상식 밖의 처사에 분노한 것은 다름 아닌 송․최 두 어른의 뜻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생각해 불 때 나로 하여금 화환을 거꾸로 세워 둘 수밖엔 없는 심정이었다. 마침 관내 미화원 들이 몰려와서 화환들을 바로 세우고 있기에, 이러이러한 사연으로 거꾸로 세운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더니 미화원들은 내말에 동감하여 손뼉을 치는 것이 마치 그들의 원성을 푸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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