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곡에 대한 글,기타

장 인 영(철학박사,평론)

무극인 2019. 10. 13. 22:52

<90평생 우리것을 찾아 헤맨 문화 예술 지킴이>

증곡 천재동 예술 세계

                                                 글/ 장 인 영

                                                 한국미협(부산) 학술, 평론 회원

                                                 부산여자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천재동(87) - 그는 누구인가? 원로중의 원로 화백이며, 바가지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 이 나라의 혼을 각인(刻印)한 중요 무형문화재 제18, 흙을 매만지며, 동래야류의 말뚝이 탈, 연극, 토우, 회화(전래동요민속화) 4 분야에 원숙한 경지와 옛 조상의 혼 뿌리를 오늘 날 우리 가슴에 심어준 아이 같은 큰 어른이다. 수정같이 맑은 눈동자와 순진무후한 아이들의 세계를 사랑하고 그것을 회화로 예찬한 노 화백의동요민속화야 말로 그의 뜨거운 가슴 속에 흐르는 삶의 철학이기도하다. 그러기에 그는 캄캄한 허허벌판에서?우리것?을 찾아 일평생 고뇌의 길을 외롭게 걸어왔다. 때로는 <> 공부를 위해 사료(史料)를 찾고, 고증을 하고, 이곳 저곳을 누비며 동분서주 헤매었고, 바가지와 흙을 매만지며 아이 같은 심정으로 해학적 동심의 세계를 회화나 토우의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사라져가는 혼() 뿌리를 지킨 그의 투혼의 정신이야말로 예술가로서 또는 참된 지자(智者)로서의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

작가는 그 작품을 통하여 자기완성을 보게 되고 나아가 그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기도 하고 먼 날의 세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작가 천재동 옹은 예인으로서 어떠한 길과 그 작품들의 예술 철학적 학의가 무엇일까?

<中略>

그가 창작탈 작품을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의 탈 작품이 예술적 형상성과 조형미가 작업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민중 속에 깊숙이 내재하고 있는 심미안(審美眼)의 세계를 탈들로 하여금 그의 심상을 잘 형상화한 점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야류는 우리말로 ?들놀음?이다. 이것이 향토색 짙은 민속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도 미학적 사회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 미술사 가운데 공예의 한 장르로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증곡(曾谷) 천재동은 자신의 탈 기법을 굳이 미학적 오기법(五技法)이라고 고집하며 그의 독창적인 조형어법을 강조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공예 예술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내면적인 의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우리 나라만의 ?바가지 탈?이 미술 작품으로서의 가치 평가가 대단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5기법이란 무엇인가? 증곡(曾谷)의 말을 빌리면 <1 기법>은 적당히 선택된 바가지 평면에 눈, , 입 등을 공구 등으로 단순히 구멍을 뚫어 만든 기초적 재래식기법에 이어 <2 기법>은 앞서 말한 1기법에서 코, 입술 등 돌출부분을 종이, 나무 등 이물질(異物質)을 붙이는 경우이다. <3 기법>1, 2기법에 주름 등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조각칼 등 공구를 사용하여 바가지 면에다 음, 양각으로 비로소 새기는 기법이다. <4 기법>3기법에다 표현하고자 하는 부위를 잘라 내어 제자리에 올리고 내리 붙여서 요철(凹凸)형태가 되도록 하는 지금까지의 종합적 기법이다. 4기법으로 일관해 오다가 1979년에 ?쌓아올리고 내리기?기법인 <5 기법>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이물질(異物質)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선택된 바가지의 순수 자기 살을 더욱 얇게 톱으로 쓸어내어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를 쌓아올리고 쌓아 내려 붙여서 전체형태를 완성하는 기법이다.

증곡이 탈의 제작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대개가 바가지 골반에 눈, , 입 같은 부분에 구멍을 뚫고 종이나 나무 등으로 튀어나오도록 입체화시킨 단순 제작 방법이 고작이었지만 주름을 조각한다든지, 자유롭게 각인된 표면을 작품의 주제에 맞아떨어지도록 형상화시키는데 있어서는 더욱 치밀하여 그 효과가 장인정신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본래 바가지로 탈을 만드는데 있어서 선결된 문제는 작가의 말에 의하면?잘 익은 여문 박을 솥에 찐 다음 눈을 다치지 않게 속을 파내고 그늘에서 말린 다음에 그 위에 붓으로 밑그림을 그려서 앞서 말한 5기법에 들어간다.? 아무튼 수 십 차례에 걸쳐탈 극위문공연,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탈 만들기> 지도, 20여회의 작품 전시를 비롯하여 마침내 1971년 향토문화 사업회에서 수여하는 제1회 부산경남향토문화상을 수상하며 1985년에는 부산시 문화상(무대예술분야)을 수상하였다.

이것은 바로 작가 천재동의 자존이며 지고한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대가가 아니라고 그 누가 부인하랴

조상의 얼과 혼을 형상화한 동요 민속화(童謠民俗畵)와 토우(土偶)

첫째, 동요는 어린이의 정서를 심화시키고 인격 성장에 절대적인 필요물이다. 증곡 천재동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상의 얼과 그 숨결, 함께 어우러진 전통사적 미풍양속을 팔순이 지나 90에 다다른 그가 동요민속화와 토우를 형상화 시킨데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자성과 감동의 충격을 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전통이 그 형태조차 증발되어버린 차제에 천재동의 전래 동요민속화집달노래 별노래 새노래출간(1998, 도서출판 시로, 200여수의 시와 동화)은 미술계나 문학 세계에 대단한 사건이다. 옛 속요 가락을 비롯하여 동요 괴집(童謠傀集)인 노래만도 400수에 달한다. 저절로 생겨서 저절로 자라온 우리 조상들의 애환과 숨결이 담긴 얼과 혼을 다시 독특한 기법과 필선으로 회화로 재 표출한 그의 능력은 또 한번 높이 평가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더욱 놀라운 것은 작가 천재동은 고전적 인물화풍을 섭렵한 뒤 매우 독특한 자신의 독창적인 양식을 창조하여 고전 작품이나 고사(古事), 자신의 체험, 대상의 외형보다는 전승된 정신을 옮겨 형상화 시키는데 중점을 두었고, 옷고름, 옷깃 등 엷은 음영으로 각각의 표정과 다양한 자세를 당시의 실증적인 검정을 토대로 한 선묘와 함께 세심한 전래의 생활상이나 풍속과 옛 정서를 재창출한 점이다. 이와 같은 것은 작가가 이미 일본 유학시절에 인체학의 데생의 저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율동과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묘사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셋째, 이러한 동요와 동요에 어우러진 화집은 그 동기가 토우에서 연유된 것 같다. 토우(土偶)란 무엇인가? 흙으로 만든 인형 즉 장난감이다. 인형은 흙, 헝겊, 나무, 종이나 수지 등으로 대개 만든다. 이 가운데 천재동은 흙으로 토우만을 만든다. 흙 자체가 생성과 소멸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신성함도 있지만 흙으로 만든 형상의 질료를 조형의 세계로 굳이 본다면 그 조형은 단순히 형태를 만들기 위한 조형이 아닌 원상(原象)의 조형,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시와 종(始終)의 맥락과 같이하는 철학이 있지 않을까? 흙은 작가 자신의 본성처럼 순진무후(純眞無后) 한 것이다. 1997土偶 83像 作品展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흙으로 형상을 빚으면서 그 속에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에서 멀어져간 고향 마을의 어른,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세월의 역사인(노래와 춤, 이야기)들을 담아 보았습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작가 천재동 선생님은 연극, 가면분야, 토우, 회화(전래 동요민속화)등에 있어서 평생을 열정으로 외롭게 예인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삶의 추억의 평인들이란 시간과 세월 속에 묻어둔 희노애락의 자연물이다, 그것은 때때로 자신을 구속하기도 하지만 삶의 기억 속에서 간절하게 소망하는 그 무엇을 일깨워 주고, 타임머신을 타고 세대를 뛰어넘어 먼 훗날에 때로는 아이들에게 또는 어른들에게 튼튼하게 혼() 뿌리가 내려질 것을 믿고 있다.

천재동은 기 밖에도 동래야류길놀이송상현동래부사군사행렬을 고증에 의하여 조사 발굴하여 이 두 가지를 도해화(圖解畵)하여 부산민속보존협회와 동래구청에 보물로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또한 동래야류」「동래지신밟기」「동래학춤3가지 민속놀이의 전승 발전에 공로가 많다하여 ?동래를 빛낸 사람?10인중에 동래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공로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부산진구 초읍동에서 주택과 작업실을 겸한 산실에서 그의 예혼에 대한 화두거리는 끊임없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날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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