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문 묘역과 호소문

서진문은 분노한다

무극인 2022. 3. 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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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묘역 가린다’는 후손의 호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01 19:00

 

20대 대선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울산시민들은 103돌 삼일절을 대체로 차분하고 경건하게 맞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구 화정공원에 들어선 독립운동가 서진문 선생(1900∼1928)의 묘역에 대한 잡음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여 ‘옥에 티’라는 뒷말을 듣는다.

1일 남구 달동 문화공원 내 ‘울산 항일독립운동기념탑’ 참배로 시작된 103돌 삼일절 기념행사는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의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으로 이어졌다. 독립유공자 유족과 보훈단체장, 울산시장 등 2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식에서는 기미독립선언서 낭독과 특별공연이 무대에 올려져 눈길을 끌었다.

독립선언서는 공개모집으로 뽑힌 초·중생 4명과 이경림 광복회 울산지부장이 번갈아 낭독해 숭고한 3·1 정신을 되살려 주었다. 또 지역 예술인 20여 명이 참여한 특별공연에서는 1919년 4월 2일 ‘언양 만세운동’을 주도한 천도교 교인들의 치열한 독립운동을 그린 창작 뮤지컬 「들풀의 노래」가 선보여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동구 화정공원 내 서진문 독립운동가 묘역을 둘러싼 잡음은 오히려 고개를 드는 모양새여서 이 사실을 아는 주민들을 안쓰럽게 했다. 서진문 선생의 외손자인 천영배 씨(75, 조각가, 천재동 작가의 장남)는 지난달 28일 호소문을 내고 동구청의 ‘불통 행정’을 꼬집었다. 동구청이 생활문화시설인 ‘어울림문화센터’(지상 4층)를 독립운동가의 묘소 바로 코앞에 짓는다면 묘역의 녹지가 사라지고 경관마저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천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동구청이 공원에 있던 팔각정을 허물고, 서진문 선생의 흉상을 치우고, 조경수까지 뽑아 버리면서도 유족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일방통행식 행정을 비판했다. 천 씨에 따르면, 동구청은 뒤늦게 대화를 청해 왔으나 자신은 독립운동가의 묘역이 허무하게 훼손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문화센터 건립 계획의 전면수정 또는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구청은 지난해 12월 공사를 시작한 터라 구조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묘역이나 유족에 대한 동구청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고, ‘불통 행정’ 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또 이 같은 태도는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진문 선생의 흉상을 만들 때고증이 부실하다는 유족 측의 요구에 귀를 닫았다는 것이다.

서진문 선생은 1924년부터 학생들에게 항일정신을 일깨워 준 ‘동구 보성학교 교사’였다. 그는 1926년, 다시 일본 유학길에 올라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나 1928년 일경에 체포돼 고문을 받다가 석방된 다음 날 28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이런 분에 대한 배려는 표심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합당한 답을 동구청이 내놓아야 할 차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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