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상영과의 만남
부산의 연극계 초창기의 개척자는 먼구름 한형석의『자유극장』이 있었다.
그 뒤에 설상영은 상업적인 연극인이 아니라
순수 연극 문화를 개척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내가 부산으로 이주한 것이 50년 중반기인데
당시 부산의 연극계 상황을 알아보려고 할 때쯤의
희미한 기억으로 회고하여보면,
MBC 문화 방송국이 중앙동(中央洞)에 있을 때
우연히 설상영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설 선생은 며칠 몇 시에 방송국 정문 건너편
대왕통술집으로 오셔 주시면 소개할 사람들이 있다고 하여
약속된 날에 통술 집에 들어서니
설 선생을 비롯하여 칠팔 명의 젊은이들이
모두 기립한 자세로 맞이해 주었다.
“여기 이 젊은이들은 유급으로 입사한
드라마 성우(聲優)들의 초년생으로
앞으로 연극을 할 『입체극장』 여러분이기도……”
이어서
“부산에서 내 만이 연극의 정도(正道)를 밟아 온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 계신 천선생이 정규(定規)교육을 받으신 연극계의
선배임을 알게 되어서 여러분께 소개하오니
앞으로 선배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존대해 주기 바란다”하면서
한사람씩 소개했다.
그 중에는 안진강, 정동희, 이덕선, 전성환 등인 것으로 기억난다.
그 후 설영 선생과 서로 친밀하게 대한적은 없었고
내 나름대로 아동극과 『드라마센타부산극회』 등
성인극(成人劇)을 창단하여 공연하면서
먼구름 선생을 알게 되어 가깝게 대하게 되었고
설 선생에 대하여는 진면목(眞面目)만 멀리서나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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