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62. 석불(石佛) 정기호 선생

무극인 2008. 12. 18. 15:37

    

 석불 선생(우측에서 둘째)과 증곡

 

       * 석불(石佛) 정기호 선생

전각(篆刻)에 있어서 거장(巨匠)인 정기호(鄭基浩 1899〜1989) 선생의 호는 석불(石佛)이다.

선생을 존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훌륭한 인품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조선시대 옥새(玉璽)전각의 맥을 이어 장인의 길을 꾸준히 걸어오신 분이기 때문이다.

개인전 행사시에 서로 초청하여 축하 인사차 오가며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선생께서 죽필(竹筆)로 쓰신 힘찬 서체는 나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하였다.

어느 해 선생의 작품전 행사에 축하 인사차 들려

좌중에서 대를 이을 후계자에 대하여 진지하게 여쭈어 보았더니,

아들 민조 군(君)이라 하면서 호는 목불(木佛)이라는 것 까지 일러주셨다.

어느 날 초등학교(初等學校)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고 목불 민조 군이 내 작업실에 들려

해운대 신시가지로 이사를 했다면서,

선생님을 한번 초대하겠다는 등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하던 중,

마침 평소에 불자(佛字) 돌림 호(號)에 관심이 있던 차라

    “석불 다음에는 목불, 목불 다음에는 무슨 불로 할 것이냐? ”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토불(土佛)이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장차 토불 다음에는 무슨 불로 할 것이냐 하였더니

   “글쎄요!?” 하면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그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싱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