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68. 청천(靑泉)강용권(康龍權) 교수

무극인 2009. 3. 25. 10:15

  청천(靑泉)강용권(康龍權) 교수

강 교수와 나는 서로 간에 허물없이 너, 나 하면서 지낸 사이였다.

민속놀이 관계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게 된 후로

공적이던 사적이던 만나 일이 끝나면 그냥 헤어지지 않고

누가 먼저라 할 수 없이 한 잔하자고 권유하였다.

그는 대학 교수요 민속분야 전문위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지 않을 뿐더러 과장도 않는 위인이었다.

소주 두세 잔만 들이키면 얼굴이 빨갛게 됨과 동시에

코로부터 내 뿜는 숨소리도 들리는데 이 때쯤이면

술좌석을 옮기자 할 정도로 그는 애주가이다.

술자리라 하여 요정이나 고급주점을 선호하는 예가 없고

싸구려 선술집으로 만족하는 그의 소박한 품성이

나로 하여금 더욱 친근감을 가지게 하였다.

주기가 돌면 돌수록 더욱 정다워 지는데

다시 목적 주점 없이 걸어가다가 목로주점을 발견하게 되면

한 잔 더 하자면서 먼저 들어간다.

이렇게 여러 집을 거친 후에야 후회 없이 헤어지게 되는데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와 만나면

  사다리 마시기가 돈 많이 안 들고 가장 즐거운 음주교제 ……”라 면서

싱긋 웃는 그의 미소 띤 빨간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더욱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