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파(向波) 이주홍(李周洪) 선생은 내가 보기에는 대단히 강직한 분이다.
남의 부탁 받기를 매우 싫어하며,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일은
끝내 해 내고야마는 기질이 있어 보였다.
내가 애써 만든 토우(土偶) 작품 ‘흥부 상’을 대단히 좋아하시며 아껴주었다.
어느 날 나의 작업실에 찾아와 하시는 말씀이
“천 선생! 면목이 없네. 그만 쌍투를 날려버리고 말았네. 어쩌지?”하시기에,
어렵지만 고쳐볼 생각으로 가지고 오시게 한 것이다.
당시 나는 시립민속예술관장에 재직하고 있을 때였는데,
향파 선생께서 국민학교 일학년생과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두 아이를 양손에 하나씩 꼭 잡고 내 사무실에 들어오신 것이다.
그리고는 쌍투없는 ‘흥부 상’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선생님 손녀를 둘씩이나 대리고 오셨네요?”
“손녀가 아니라 내 딸일세!”하고는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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