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문화인 행사장에서 만난 요산 선생)
* 물꽁이면 물꽁이지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 선생은 아구찜을 대단히 좋아하셨다.
내가 서구 서대신동에 연구실을 갖고 있을 때의 이야기 한 토막이다.
이날도 요산 선생이 들어 오시자마자 “천 선생, 가자!”하신다.
아구찜 먹으러 가자는 것이다.
동대신동 ××아파트촌 남쪽 입구에 조그마한 개천이 있었다.
개천 일부를 복개하여 그 위에 작고 별 품위 없는 건물이 아구찜 가게인데
한번씩 먹으러 가는 단골집인 것이다.
아구찜을 맛있게 먹어가던 중에
“선생님, 이 물고기의 정확한 이름은 ‘아귀’가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그렇지”하신다.
“日本말로는 뭐라고 합니까?”
“뭐라고 하지? ” 도리어 반문하신다.
“앙꼬’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구찜은 馬山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고있는데,
마산사투리로 ‘아고’ 라 하는 것이 日本말 ‘앙꼬’ 에서 온 말일까요,
우리 말 ‘아귀’에서 온 말일까요? ”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양쪽에서 다 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요산다운 대답이었다.
나는 말을 바꾸어 다시 말을 걸었다.
“선생님 우리 고장 울산에서는 ‘물꽁’이라 하는데… ”
“나도 알아!”
“산에는 山蔘이 있고 바다에는 海蔘이 있듯이,
산에는 ‘꿩’ 이란 놈이 있고
바다에서도‘꿩’이 있어야하는데 ‘물꽁’은
‘물꿩’이라 해야 옳은 말이 되지 않습니까?”
“천 선생은 여태까지 뭐라고 불렀노?”
“물꽁요”
“그라모 됐지,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과연 요산 선생은 속 넓고, 시원시원한 위인임에 다시 탄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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