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67.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

무극인 2009. 3. 24. 16:29

 

 (어느 해 문화인 행사장에서 만난 요산 선생) 

* 물꽁이면 물꽁이지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 선생은 아구찜을 대단히 좋아하셨다.

내가 서구 서대신동에 연구실을 갖고 있을 때의 이야기 한 토막이다.

이날도 요산 선생이 들어 오시자마자 “천 선생, 가자!”하신다.

아구찜 먹으러 가자는 것이다.

동대신동 ××아파트촌 남쪽 입구에 조그마한 개천이 있었다.

개천 일부를 복개하여 그 위에 작고 별 품위 없는 건물이 아구찜 가게인데

한번씩 먹으러 가는 단골집인 것이다.

아구찜을 맛있게 먹어가던 중에

  “선생님, 이 물고기의 정확한 이름은 ‘아귀’가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그렇지”하신다.

  “日本말로는 뭐라고 합니까?”

  “뭐라고 하지? ” 도리어 반문하신다.

  “앙꼬’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구찜은 馬山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고있는데,

   마산사투리로 ‘아고’ 라 하는 것이 日本말 ‘앙꼬’ 에서 온 말일까요,

   우리 말 ‘아귀’에서 온 말일까요? ”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양쪽에서 다 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요산다운 대답이었다.

   나는 말을 바꾸어 다시 말을 걸었다. 

  “선생님 우리 고장 울산에서는 ‘물꽁’이라 하는데… ” 

  “나도 알아!”  

  “산에는 山蔘이 있고 바다에는 海蔘이 있듯이,

   산에는 ‘꿩’ 이란 놈이 있고

   바다에서도‘꿩’이 있어야하는데 ‘물꽁’은

   ‘물꿩’이라 해야 옳은 말이 되지 않습니까?”  

  “천 선생은 여태까지 뭐라고 불렀노?”  

  “물꽁요”

  “그라모 됐지,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과연 요산 선생은 속 넓고, 시원시원한 위인임에 다시 탄복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