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 발전·보급에 평생 바쳐
故 천재동 선생의 삶과 예술
26일 별세한 증곡(曾谷) 천재동(千在東)선생은 예술의 한 분야에서도 오르기 힘든 경지를 여러 장르에서 이루어 낸 울산출신의 예술인이다.
가장 먼저 손꼽는 것이 동래야류 탈 제작자인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 18호이지만 이 외에도 연극, 토우, 풍속화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 고유의 토속적인 정감과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데 평생을 바쳐 온 장인이다.
생전에 천재동 선생은 "나의 전공 다섯분야는 토우, 동요민속화, 연극, 탈·가면, 민속놀이 등이다"고 밝혔다. 선생은 우리 민족예술, 전통예술을 지키고 발전, 보급하는데 평생을 바쳐온 것이다
천재동 선생은 1915년 1월 25일 울산군 방어진읍에서 태어나 남목보통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방어진은 울산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는데 유랑극단, 영화상영, 인형극, 씨름 등이 풍성하게 올려졌다. 유년시절부터 20대 초반 청년시절까지 천재동은 이러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예술에 대한 꿈을 품어나갔다.
이후 1939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태평양 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다가 중퇴하고는 1941년 귀국하여 연극 작업을 했다. 이때 연극작업은 후일 그의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국민극 연구소'에 연구생으로 입소해 교육과정을 수료한다.
1944년 다시 도일하여 가와바다회학교에 들어가 그림공부를 재개하고 일본의 한 극장에서 연출과 무대미술을 접하게 된다.
이후 귀국해 방어진 국민학교에서 미술, 연극 등을 지도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면서 울산 문화운동의 단초를 제공한다.
80년대 말부터 부산에 정착해 민속극이나 전통놀이, 풍속화, 연극 동래야류 가면 토우 등으로 그의 예술활동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아동극단 '바다', '갈매기', 민속극단 '한나라', 연극가족운동 전개를 통한 '드라마센터 부산극회', 극단 ' 마당' 등을 창단하고 꾸준한 공연활동을 펼쳤다.
1965년 부산의 동래야유(東萊野遊) 공연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탈연구를 시작하여 71년 중요무형문화재 18호 동래야유 탈제작 기능보 유자로 인정되었다.
그가 만든 동래탈의 최고는 말뚝이다. 붉은 대추빛 나는 큰 얼굴에 팔뚝만한 코, 주먹크기만한 눈, 얼굴 아랫부분을 다 차지하는 입, 세상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말뚝이 정신에 천재동선생이 생명을 불어넣어 탈로 제작했던 것이다
천 선생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동래 지신밟기 연극본, 동래야유 연극본 정립, 동래야유 의 앞놀이, 뒷놀이 조사발굴, 동래학춤 무보(舞譜) 작성, 가면극 '족탈'발굴 등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을 발휘했다.
지난 2004년 울산 동구문화원에서 마련한 '천재동 작품전'에도 근작을 선보일 정도로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6월에 펴낸 회고록 '아흔 고개를 넘으니 할 일이 더욱 많구나!' 에서 천재동 선생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3단계로 나누어 제1단계(1915~1943)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동경, 서울, 동경에서 미술과 연극 공부를 했던 청춘시대 29년을 성장기로 회고했으며 제2단계(1944~1969)는 결혼한 뒤 처가살이, 징용을 거쳐 고향 방어진을 비롯 교육현장에서 후학들과 함께 예술활동을 해온 26년간을 활동기로 설정하고 있다.
마지막 제3단계(1970~)는 교직을 벗어던지고 전통민속문화 발굴과 연구와 재현, 정립하면서 부산 동래 민족예술을 만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결실기로 정리하고 있다.
평생을 예인의 길을 걸어왔으며 이는 그동안 쉴새없이 펼쳐온 활동과 그 결과물인 작품들이 말해주고 있다.
고인은 책에서 "예술가 혹은 장인이란 외롭지만 치열한 정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에 원래의 자신을 철저히 잊고 작업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체험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예술관을 밝혔다.
천재동 선생은 71년 중요무형문화재 18호 동래야유 탈제작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었으며 전국기능보유경진대회 우수상, 부산예술상과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한국미술협회 소속 회원으로 활동했다.
2007년 07월 27일 (금) 21:40:28 울산신문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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