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日本人)과 일생인(日生人)
우리 집 부근에는 일본인(日本人)과 일생인(日生人: 히나세진) 두 집단이 살고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께서는 히나세호갱(日生方言)을 잘 하셨다. 일생인 이란 일본(日本) 강산현(岡山縣) 히나세(日生) 지방의 사람들로 다 같은 일본(日本)사람이면서도 그들은 타 일인들로부터 천대(賤待)를 받았다. 우리도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 사람이다 해서 일생인(日生人)이라 불렀고, 일생(日生)을 방언으로 ‘히나세’라 불렀다. 두 집단 일인들의 축제행사 시에는 각각의 단체를 상징하는 대형 깃발을 앞세우고 행사에 임하였다. 일본 강산현(岡山縣) 일생(日生)이란 부락에서 도래한 집단인 ‘일본일생청년단’ 깃발과 기타 일본 각지에서 도래한 사람들로 결성 된 ‘대일본청년단’의 깃발인데 日生人(히나세진)들의 말을 히나세변(辯)이라고도 하여 심하게 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언어 소통에 있어서 어려울 때가 많았다.
연간 그들의 축제가 한 두 번씩 같은 날 전개되는데 양 단체 구별 없이 모든 집집마다의 처마 밑에는 조화를 줄줄이 엮어 달아 놓은 데서부터 고조된 축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두 단체의 행사 내용은 달랐다. ‘대일본청년단’ 측에서는 화려하게 장식한 대문을 청년들이 양쪽에서 들고 선두를 지키고, 그 뒤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조화를 꽂은 삿갓을 쓴 기녀로 분장한 여인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기녀로 분장한 여인들이 북과 샤미센(三味線)을 울리면서 전진하다가 요소마다 설치해 놓은 가설무대에 당도하면 한바탕 장기를 자랑하며 놀아나다가 다시 행진하는 등 반복을 거듭하며 진행하는 반면에 ‘일본일생청년단’ 측에서는 건장한 청년들이 양편에서 로프로 연결된 큼직한 모조 배 구조물에 화려하게 치장한 어린이들이 가득타고 북, 바라, 통수 등 악기를 요란스럽게 연주하고, 그 뒤로 치장한 남녀노소 일생 인들이 색색이 여러 갈래의 긴 천 가닥을 종대(縱隊)로 이어 잡고 파도를 상징하는 동작을 하며 각자 나름대로의 가무(歌舞) 등으로 놀아나다가 어느 구절이 되면 청년들이 로프를 당겨 배를 전진시켜는 등으로 반복하면서 동네 한복판 도로를 누비며 나아간다. 이러한 일인들의 축제 광경은 어린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평생 예인의 길로 가게 한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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