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태극기
기미년(己未年: 1919년) 대한 독립 만세가 세상을 들끓게 하였을 때쯤 하루는 소녀 한 사람이 대문에 급히 들어서더니 큰 목소리로 “수비대(守備隊)가 옵니더!!” 소리치고는 서쪽 길로 달려가면서 또 외쳤다. 오늘도 우리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러자 누구인가 우리 집 큰 채 지붕에 올라가 용마름에 꽂인 조그마한 깃발을 뽑아 똘똘 말아 처마 참새 집 구멍에 꽂아 넣고 짚 부스러기로 그 구멍을 막았다.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등에 업고 뒷산 솔밭 속으로 피신을 갔는데 그곳에는 할머니께서 이미 와 계셨고 천양궤(千兩櫃: 藥材, 문서, 현금 등을 넣는 큰 함 )도 지게에 받힌 채로 그곳에 있었다.
내가 그때까지『태극기』란 말을 들은 적도, 태극기를 본 바도 없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태극기를 알게 되고부터 그때 지붕 위의 조그마한 깃발이 태극기가 분명하다고 자신하게 되니 나는 다섯 살 때 이미 태극기를 보았노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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