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에 부쳐진 글

김태근

무극인 2012. 8. 3. 18:46

 

인  사  말  씀

탈을 보고 있으면 曾谷선생의 얼굴이 떠오르고, 선생을 대하고 있노라면 가면이 연상되리만큼 선생과 탈이 동화되어 있어서 예술은 자기 <人間>의 표현이란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선생은 울산 방어진 출생으로 젊었을 때엔 일본에 건너가서 美을 공부하고 演에 몸담기도 했으며, 해방 후에는 청년운동에도 뛰어들고, 교단에도 섰는가 하면, 야구, 축구선수로서도 멋진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고, 연극을 만들어서 공연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다재다능한 청년이었으며, 6. 25 때는 백양동인으로서 울산의 문화운동에 몸 바치기도 했습니다.

교직을 따라 부산에 내려가서 민속에 관심을 갖고 가면무극인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유」에 몸담아 연희본을 정립하고 「길놀이」등을 발굴하면서 그 원형을 찾기 위하여 가면연구에 몰두, 각고의 노력 끝에 중요무형문화재 탈 제작 기능보유 제18호로 지정되었으며, 부산민속예술관장을 역임하고 아직도 개발 전수에 정력을 쏟고 있습니다.

탈이란 인류의 역사와 기원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어느 민족에게도 가면이 있고, 아프리카 토인들은 아직까지도 그 얼굴을 가면화 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겨레는 문화권에 따라서 개성적인 탈을 보유하고 있는데 안동의 하회탈이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는가 하면, 동래야유탈은 선생께서 원형을 발굴한 유명한 가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가면이 대개 목물이나 종이, 혹은 대바구니로 만들어진데 비해서 선생의 탈은 탈바가지에서 비롯된 박 바가지로써 만들어진 것이 특색인 것입니다.

민속놀이나 민예품은 그것을 발굴, 보존하는데 그치고 마는 것이 상례인데 선생은 그것을 소재로 해서 새로운 예술의 창조를 시도한데 전통의 발전이란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선생은 인간문화재로서 뿐만 아니라 고집<주체성>이 대단한 분입니다.

외국에서의 전시 초청도 제작과정을 공개하라는 조건 때문에 거절하고, 어느 나라 대사관을 통한 대량구입의 요청마저도 나의 탈은 공예품이 아니다. ꡐ갖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게로 보내라ꡑ면서 단호히 물리치기도 한 사례가 한 둘이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서울을 위시한 다른 도시에서 그의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여러 차례 초대전을 가진데 비해서 고향에서의 전시회가 사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울산시, 울산문화방송, 상공회의소, 문화원, 향토문화연구회 등에서 쾌히 후원에 나서준데 깊은 감명을 받고, 앞으로의 어떤 밝은 전망도 가져보면서, 이 전시회가 유종미를 갖도록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합니다.

우리말에 ꡐ인간의 탈을 쓰고……ꡑ란 것이 있지요. 이번 증곡선생의 가면전시회를 계기로 해서 그 탈을 벗은 인간의 참 모습(眞面)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하나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1984년   6월      

          범곡   김   태   근 <예총울산지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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