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신짝처럼 버려지다
10년이면 산천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30년 간 『동래야류』『동래지신밟기』『동래학춤』이 세 종목을 하루도 결근 없이 연출에 임해왔다. 전수생 3세대를 그치면서 나이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조금도 의식하지 못하고 바쁘게 지나온 시간들이 나에게 따뜻하게 안겨 오는 것은 내가 정립한 『동래야류』, 내가 무보를 작성하고 안무한 『동래학춤』 과 『동래학춤5인조군무』 그리고 역시 내가 정립한 『동래지신밟기』 이 네 가지 놀이 등이다. 연 100명의 연희자들을 일사불란하게 지도 연출해 오면서 오직 신뢰로서 존대를 받아온 만족감은 내 삶의 총채적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사단법인체라면 엄연히 이사회가 있기 마련이다. 재정(財政)과 인사 등 모든 사안을 이사회를 거쳐 결정하고 집행한다는 것은 상식화된 사회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Y 이사장이 날더러 나이가 많아 원로로 모실 테니 모든 지도 연출에서 손을 때고 물러나라는 것과 K가 그 일을 맡게 해 달라는 것이다. 특이나 전통 민속예술에 있어서의 지도 총책 및 연출담당은 민속예술의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오랜 경험이 중요한 만큼, 내가 후임자로 적합한 사람을 치밀하게 검정하고 선정하여 때가되면 이사회에 상정하여 결의된 결과에 따라 인수인계(구두라도 좋음)하고, 전체 회원들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30년간의 고락을 회고(回顧)하고 후계자를 소개하는 등 절차를 충분히 밟아서 할 수 있는 일을, 비공식 석상에서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월권적 처사에 나는 너무나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동료 L은 나를 위로하는 말 중에 '뿔이 강한 동물은 이빨이 약하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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