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개봉구

 

●曾谷 千在東 회고록을 목차 순으로 연재하려 하였으나,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에

 목차를 무시하고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9. 개봉구

나라를 빼앗긴 약소민족의 서러움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나에게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사실 한 가지를 기록에 남길까 한다.

학성(鶴城) 이씨(李氏) 대부망(大敷網) 어장주(漁場主)인 할머니 친정에서는

어느 해 연말에 대부망(大敷網)에 걸려 들어온 방어를 운반선에 실어 보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12척이나 되었다,

이 많은 생선을 후지모도(藤本) 라고 하는 일본(日本) 수산업자(水産業者)와 후불 신용

구두계약(口頭契約)을 맺고 12척 모두를 넘겨주었다.

그들이 일본으로 운반 항해 도중에 현해탄에서 풍파를 만나 모조리 수장 당하고 말았다.

어장 주인인 이득우씨 측에서 방어 대가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후지모도 측에서는 계약서가 없는 것을 이유로 삼아 고기를 받거나 배에 실은 사실이 없다는 등으로

신용을 완전히 저버리고 사실을 회피하는 바람에 결국 재판으로까지 발전하게 되고 말았다.

 재판이 수년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구두계약 당시 현장에 입회하였던 최후의 증인

이봉구가 거짓없이 사실대로 진술해 줄 것을 믿고 승소할 것이라 확신하면서

산 증인(證人)인 가까운 이웃사촌 이봉구를 내세워 마지막 재판 날을 기다렸다.

후지모도는 평생생활 보장, 주택제공, 자식 대학공부까지 보장, 등등의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이봉구를 매수하여 결국 이봉구로 하여금 등본에게 유리하도록 증언하게 만들고 말았다.

우리 쪽은 그 동안의 손해 배상까지 물게 되고 보니, 망할 대로 망하고

대부망어장(大敷網漁場)까지 일인(日人) 임겸중부기차랑(林兼中部幾次郞)에게 넘어가고 만 것이다.

 재판에 패한 어장주(漁場主) 이득우는

한 순간에 방어 황금 어장과 재산을 하야시가네(林兼)에게 빼앗기고 집 한 채만 남았을 뿐이었다.

 재판이 끝난 후

사람들은 이봉구가 일인 편을 들어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을 알고

이봉구를 “개봉구”로 부르게 되었고

 그의 아들 이종식(李鍾植: 一名 쇠출이)을  “개새끼 쇠출이” 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