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40. 시인 이인영

무극인 2008. 10. 2. 19:16

* 시인 이인영

오후 5시경 직장 내 교실에서 내일의 지도안을 작성하고 있으려니

똑똑똑 창문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오늘 또 왔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리창을 통해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 이인영의 희고 길쭉한 얼굴이 오늘 따라 더 길게 느껴진다.

 얼마의 지폐를 집어주었더니 작은 쪽지를 건네주고 떠나갔다.

6시 30분까지 ○○상점으로 오라면서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남포동 자갈치 입구 ○○상점에 들어갔더니

시인 천상병, 시인 강파월(姜巴月)과 6~7명의 군상들이 진을 치고 모여있었다.

 진로소주 여러 병을 찌그러진 크다란 주전자에 쏟아 넣은 후

코카콜라 여러 병을 추가로 쏟아 부었다.

주전자를 잘 흔들어 만들어진 술이 그들이 이름하여

‘코카소주’라 불렀는데,

 연탄불에 구운 마른 오징어를 안주로 하여 잔을 돌려 가면서

정답게 교배(交杯)하는 분위기를 나는 그 날 처음으로 경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