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 유신(劉信)의 사교
유신이 부산에 거주할 때부터 나와는 가까운 친구 지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쓴 「동래야류연구(가면을 중심으로)」
논설 속의 굿거리장단 악보를 써 주기까지 하였다.
서울 희화랑(喜畵廊) 초청 전시회 때
작곡가 유신에게 색다른 대접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친구 “한잔 내겠다”면서 간 곳이 낙지 골목을 시작해서,
크고 작고, 이런 집 저런 집을, 사다리 술을 마시다 보니
통행금지 마지막 사이렌이 울린다.
“어허 이 친구야 걱정 말게” 하면서 태연하다.
거리에 나서니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얼마 있자 하니 청소차 한 대가 불을 켜고 달려온다.
유신이 “왔구나,” 하면서
손을 번쩍 드니 옆에 와 선다.
미화원들은 뒤 덤프 칸으로 가고
둘은 편안한 운전석 옆에 앉아 내가 묵고 있는 여관까지 온 것이다.
그 기발한 처사에 감탄 할 수밖에 없다.
방안까지 들어와 이부자리를 살펴보는 등
불편이 없나 면서 조그마한 일까지 염려 해주는 것이다.
시간도 이만큼 늦었으니 함께 잠자리에 들자 했더니,
“염려 마 내가 누구야! 유신이라면
순시 경관들이 우리 집까지 모셔다 줘, 잘 자게나” 하면서,
태연하게 여관을 나갔다. 그 뒤 행적이 궁금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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