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 이석우(靑草 李錫雨)화실(畵室)
서대신동(西大新洞) 옛 부산여자고등학교 옆
목재 상사 건물 2층에 최태용씨 표구사(表具師),
3층에는 신창호(申昌鎬) 미술학원(美術學院),
이석우(李錫雨) 청초(靑草)화실(畵室),
그리고 천재동 연구실(硏究室)로 세분하여 있었다.
청초는 농악(農樂)그림으로 유명했지만
술을 좋아하여 술친구가 많기로도 이름나 있다.
매일같이 친구들이 몰려 와서는 화투판이 벌어지곤 하는데,
여기서 나온 판돈으로 점심 먹으러
요정에 가서 점심을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옮겨가면서 밤늦게 까지 술판이 계속된다.
주문받은 작품 약속 시일을 여러 차례 어기기가 보통이다.
보다 못해 어느 날 나는 화투판에 나서서
“여기는 신선한 화실이다.
여러분이 매일같이 모여와서
놀음판이 벌어지니 어찌 옳은 작품이 나오겠느냐?”
그리고 나서
“최태용씨! 이 화실에서 완성되는 작품은
2층 당신 표구사로 갑니다.
당신이 앞장서서 만류해야 되지 않겠소?” 했더니
최씨가 “참 점잖게 나무라시네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약간의 충고를 받았는지
하는 수가 없이 자리를 옮겨서
2층 표구사에서 며칠 간 하다가,
다시 3층 화실 밖 홀에서 판을 벌였구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시 화실로 복귀(復歸)해서
여전하게 놀음판이 재생된 것이다.
이번에는 미술원장 신창호(申昌鎬)선생이 보다 못해
은근히 술에 취한 기분으로 기물을 내던져 가면서
고함소리로 한바탕 난동(?)을 부린 것이다.
군달들은 기겁을 하고 자리를 뜬 후부터
화투 놀음판은 이곳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왼편이 청초 이석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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