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52. 신창호(申昌鎬) 화백(畵伯)과 물회

무극인 2008. 10. 22. 16:17

   * 신창호(申昌鎬) 화백(畵伯)과 물회

 신창호은 나와는 뜻이 잘 통했다.

정의한(正義漢)으로 부정이라면 끝까지 싸우는 성품을 지니고 있는데

누구든 한번 믿었다면 신임을 함부로 저버리지 않고 이어갔다.

내가 아는 바로는

많은 제자를 가르치면서 부당한 금품을 바라는 법도 없었다.

우리는 대신동(大新洞) 한 건물 속에 각각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건물 내(內) 또 다른 화실에서

심심풀이 도박한 판돈으로 음주(飮酒)를 하게 되면

더러운 주석(酒席)이라 하여 한번도 어울린 적이 없었고,

오히려 “선생님 우리 깨끗한 돈으로 한잔 하러 갑시다.”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선생님 갑시다. 좋은 집을 발견했습니다.”해서

따라 간 곳이 동대신동(東大新洞) 어느 길머리

조그마한 ‘물회’ 집이었다.

먼저 온 손님은 없었고 

50대로 보이는 주인 남자는 우리를 기쁘게 반겨주었다.

물회라면 싱싱한 광어, 오징어, 한치 등 생선회를

양념한 물에 말아먹는 색다른 회(膾) 요리 음식이다.

영도(影島)에 가면 많은 물회 요리 집이 있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찾아 갈 때면

맛이 좋아서 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색다르게 회 맛을 본다는 기분으로 가서 그런지

별 맛을 느끼지는 못하였지만

오늘 이 물회는 시원하면서도 입 안에서

오돌 오돌 씹히면서 감치는 그 맛에 정말 놀라고 말았다.

포항(浦項)이 고향인 주인 말에 의하면

회 물이 육수(肉水)라 했다.

내가 듣고 아는 바로는 물회의 원조는 함경도(咸鏡道)인데

언제부터 포항에 흘러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껏 포항지방의 별미음식 중의 하나로 소문 나 있다.

육수(肉水)로 만든 이 육수회(肉水膾) 집이

얼마 후 문을 닫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손님 수가 적어서 육수 값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맹물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였더니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면서 서글프게 웃었다.

그리고는 “부산 사람은 물회를 몰라요.”하였지만

나는 물회 맛을 알았기 때문에

그 후로 물회를 먹지 않기로 하였다.

 

 (앞줄 우에서 좌로 세번째 신창호 화백)

 

 

(왼쪽이 신창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