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53. 윤제(潤齊) 이규옥(李奎玉) 화백(畵伯)의 정(情)

무극인 2008. 10. 23. 11:08

   * 윤제(潤齊) 이규옥(李奎玉) 화백(畵伯)의 정(情)

 화가(畵家) 윤제(潤齊) 이규옥(李奎玉)은

놀음판은 싫어했으나 술자리에는 빠짐없이 잘 어울렸다.

청초가 있는 자리에는 윤제가 있고,

윤제가 있는 자리에는 청초가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

청초는 윤제를 형님이라 불렀고,

윤제보다 한 살 위인 나에게는 큰형이라 불렀다.

윤제는 술친구가 많았고,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신 취중에 겪었던 일들이라도 기억해 낸다.

윤제는 취하기만 하면 나를 보고

“사기꾼”이라 불렀다.

그 이유는 미술학교 출신이 아니면서도

미술학교 출신 인양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거짓이 아닌 것을 알고부터는

“사장님”하고 바꾸어 불렀다.

윤제는 취중에는 재미있는 버릇이 한 가지 있는데,

좌석 사람들을 번갈아 가면서 끌어안으며

”동생! 동생!”하면서 욕(?)을 보인다.

한번은 내 차례가 왔는데

주저주저 하다가 나를 끌어안으며

“사장님!”하기에

“내가 무슨 사장이냐?”면서 뿌리치니,

꿇어앉아

“여러 동생들! 오늘 지금부터 우리 형님이다! 형님!”하면서

나에게 안기는데 좌중에서 환호의 박수가 터졌다.

어느 때인가 와이셔츠를 사다 주기도 하고

또 한번은 감색 바지 두벌을 내 앞에 펴놓고

“바지를 사러 갔더니 형님 생각이 나서

똑 같은 것을 샀어요,

형님 하나 내하나 입읍시다.” 한다.

취중에서도

정으로 좌중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던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나를 형으로 대접하였다.

 

 

 (윤제 이규옥 화백과 필자)

 

 

(좌측에서 윤재, 노석奴石 박영환朴永煥 선생,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