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구름 한형석 교수와 마도로스파이프
60년대를 전후하여 부산의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마도로스파이프가 유행하였다.
대표격인 애호가(愛好家)로는
부산대학교 한형석 교수와
동아대학교에 재직하던 강신석(姜信碩)
두 분의 교수가 있었는데
이 분들은 취침과 식사 때 외에는
늘상 파이프를 입에 물고 연신 연기를 내 뿜는
애연가(愛煙家)로 소문이 날 정도였다.
한형석(韓亨錫) 교수는
홀쭉하고 작은 몸매에 걸맞게
15센티가 넘고 대 꼭지가 작으면서
가늘게 쭉 뻗은 일자식(一字式)의 파이프를
늘상 입에 물고 있었는데
몸매와 잘 어울려 멋있는 모습이었다.
당시는 양담배 단속이 심하였는데도
○○○교수는 양엽초(洋葉草)를
꼭꼭 눌러 제어 멋있게 피워대다가
그만 단속반에 걸려 경찰서에 연행되어
“교수님 보이소! 당신 벌금을 낼 거요?
아니면 감옥에 갈 거요?”
취조 경찰의 말을 받아
“내 무슨 벌금을 낼만한 목돈이 있겠소,
감옥에 들어가 있을 터이니
담배 공급이나 잊지 말고 꼭꼭 넣어주시오.”하였더니
경찰이 껄껄껄 웃으면서
“교수님 그만 돌아가십시오.
앞으로 양담배는 사양하시고
좀 맛은 없다지만
국산 담배로 바꿔 주십시오.”하더란다.
양병식(梁秉植)씨는
세 분에 버금가는 애연가 중의 한 분이었는데
세칭(世稱) 양박(梁博)으로 불리었다.
양박(梁博)은 유럽 여행을 다녀 올 때에는
방문한 곳의 특색있는 파이프를
즐겨 수집하여 올 정도의
파이프 수집가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때때로
색다른 파이프를 물고 나타나곤 하였는데
어느 날 나더러 구경을 시켜 준다면서
안내 받아 간 곳이 남포동
그의 부인이 경영하는 병원이었다.
큼직한 상자 속에
상상을 초월한 크기와 모양을 갖춘
색다른 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경탄(驚歎)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올 때에 “여보, 그냥 보낼 꺼요?
천 선생님께 선물 한 개 하지 않고?”
부인의 말씀에 마지못하여
평범하지만 대 꼭지가 크고
빡빡 얼근 파이프 한 개를 골라
선물하는 것이었다.
현재 내가 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는
7~8점의 파이프 중의 한 개인데
눈에 띨 때마다 양박의 파이프 문 모습이 떠오른다.
(앞줄 파이프를 물고 계시는 먼구름 교수)
(좌에서 두 번째 베레모를 쓴 양병식(梁秉植)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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