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54. 독립투사 한형석 교수와 마도로스파이프

무극인 2008. 10. 23. 14:48

* 먼구름 한형석 교수와 마도로스파이프

 60년대를 전후하여 부산의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마도로스파이프가 유행하였다.

대표격인 애호가(愛好家)로는

부산대학교 한형석 교수와

동아대학교에 재직하던 강신석(姜信碩)

두 분의 교수가 있었는데

이 분들은 취침과 식사 때 외에는

늘상 파이프를 입에 물고 연신 연기를 내 뿜는

애연가(愛煙家)로 소문이 날 정도였다.

한형석(韓亨錫) 교수는

홀쭉하고 작은 몸매에 걸맞게

15센티가 넘고 대 꼭지가 작으면서

가늘게 쭉 뻗은 일자식(一字式)의 파이프를

늘상 입에 물고 있었는데

몸매와 잘 어울려 멋있는 모습이었다.

당시는 양담배 단속이 심하였는데도

○○○교수는 양엽초(洋葉草)를

꼭꼭 눌러 제어 멋있게 피워대다가

그만 단속반에 걸려 경찰서에 연행되어

“교수님 보이소! 당신 벌금을 낼 거요?

아니면 감옥에 갈 거요?”

취조 경찰의 말을 받아

“내 무슨 벌금을 낼만한 목돈이 있겠소,

감옥에 들어가 있을 터이니

담배 공급이나 잊지 말고 꼭꼭 넣어주시오.”하였더니

경찰이 껄껄껄 웃으면서

“교수님 그만 돌아가십시오.

 앞으로 양담배는 사양하시고

좀 맛은 없다지만

국산 담배로 바꿔 주십시오.”하더란다.

양병식(梁秉植)씨는

세 분에 버금가는 애연가 중의 한 분이었는데

세칭(世稱) 양박(梁博)으로 불리었다.

양박(梁博)은 유럽 여행을 다녀 올 때에는

방문한 곳의 특색있는 파이프를

즐겨 수집하여 올 정도의

파이프 수집가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때때로

색다른 파이프를 물고 나타나곤 하였는데

어느 날 나더러 구경을 시켜 준다면서

안내 받아 간 곳이 남포동

그의 부인이 경영하는 병원이었다.

큼직한 상자 속에

상상을 초월한 크기와 모양을 갖춘

색다른 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경탄(驚歎)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올 때에 “여보, 그냥 보낼 꺼요?

천 선생님께 선물 한 개 하지 않고?”

부인의 말씀에 마지못하여

평범하지만 대 꼭지가 크고

빡빡 얼근 파이프 한 개를 골라

 선물하는 것이었다.

 현재 내가 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는

7~8점의 파이프 중의 한 개인데

눈에 띨 때마다 양박의 파이프 문 모습이 떠오른다.

 

 

 

 

 

(앞줄 파이프를 물고 계시는 먼구름 교수)

 

 

 

(좌에서 두 번째 베레모를 쓴 양병식(梁秉植)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