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동 회고록 연재(連載)

57. 서도가(書道家) 최정택(崔正澤)

무극인 2008. 11. 11. 11:06

            * 서도가(書道家) 최정택(崔正澤)

 소탈하고 의사(意思)를 꾸미거나 숨김없이 표출하는 서도가(書道家) 최정택은

큰 몸체에 넓적한 얼굴이 항상 빨갛다고 해서 아까다이(빨간 도미)란 별명으로 불려졌는데

부산 문화인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우리는 자리를 같이 했다.

식이 시작되어 주례(主禮)가 단상에 올라

 “에― 축하하러 오신 하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에― 불초 저가……”

 이때 최정택이 불쑥 일어서서

 “저 불효자식 놈이 어데있노!!” 하고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하객들이 일제히 돌아봤다.

최정택은 많은 하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유히 식장을 퇴장해 버렸다.

다음날 연구실에 나타난 최정택에게

 “주례자를 왜 불효자식 이라고 했냐?”고 물으니

 “그 자식 불효자식이 아니고 뭐요!” 한다.

 “글쎄 왜 불효자식이란 말이요?”

빨간 얼굴이 더욱 빨게 지면서

 “불초(不肖)라면 자기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말이니까요,

  지애비를 닮지 않으면 누구를 닮았다는 말이요?

  바로 불효자식이 아이고 뭔교?

  내말이 틀렸소?!” 하면서 흥분하였다.

 

 하루는 여러 사람이 통술 집에 들어갔다.

머리카락을 노란색으로 염색한 여종업원을 보더니 호통을 치는데

 “부모님이 주신 머리는 어디다 두고 노란 머리 대가리를 어디서 가지고 왔나,

  술맛 없다, 여기서 꺼져!!”하는 것이 아닌가.

요즘 나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머리 염색이 유행되어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

최정택이 살아서 이 꼴을 본다면 제자리에서 졸도하고 말 것이다.

 

 어느 해 개인전 개막식을 막 끝내고

축하객들과 어울려 막걸리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 수배 돌았을 즈음

큼직한 마다리 자루를 어깨에 매고 최정택씨가 불쑥 전시장에 나타난 것이다.

 “형님! 이 졸제(卒弟) 큰 축하도 못 드렸는데, 내 성심입니다.

  이것이라도 받아주시오!”하면서 마대(麻袋)를 끌러

상(床)위에 가득 쏟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강냉이를 튀긴 박상이었다.

이를 바라보던 축하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장내(場內)는 또 다른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되었다.